김보연 작가 '겨울나무전' - 휴면(休眠)
이다영 기자
작가노트
'겨울나무' 休眠 추운 겨울 동물들이 동면에 들어가듯, 겨울나무 또한 '겨울눈'(winter bud, 동아)도 싹틔우지 않고 얼마 동안 겨울잠을 자는데, 이것을 '휴면'상태라고 한다.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면서 기온이 떨어지면 나무의 세포들은 물을 밖으로 내보내고 당분을 많이 만들어 놓음으로써 휴면기간 동안 겨울눈 속 세포들은 얼어붙지 않으려는 '고도의 전략'을 펼친다고 한다. 가을부터 서서히 시작되는 '휴면상태'에서는 모든 활동이 느리게 진행되거나 일시적으로 멈추게 된다.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를 절약하려면 나뭇잎도 떨구고 세포분열을 막아 '성장을 지연'시키기도 한다. 결국 겨울나무는 저장된 에너지를 생존에 필수적인 데에만 사용하고 성장은 거의 멈춘 상태를 유지한다고 하는데, 인간도 이와 같은 시기를 겪을 때 불안함을 느끼고, 삶에서 '생'이나 '꿈'을 내려놓는 위기에 놓이기도 한다. 영하 2~30도에는 세포들이 얼어붙지 않으려 만들어진 '부동 단백질'로 세포액의 당도를 높여 어는 온도를 낮추는 방법으로 버티지만, 영하 7~80도의 강추위에는 역설적으로 세포와 세포 사이에 얼음을 만들어서 세포 내부가 어는 것을 방지한다고 한다. 이렇게 '세포와 세포 사이'에서 얼음이 얼기 시작하면 세포 내의 수분이 세포벽을 빠져나가면서 세포 사이의 얼음층에 달라붙게 되는데, 이로 인해 세포 내부는 거의 '탈수상태'가 되면서 고농도의 농축 용액만 남게 되어 세포 내부는 얼지 않는 것이다. 마치 '생존'을 위해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네 삶과도 닮아있는데, 겨울나무는 무엇이 소중하고 무엇이 필요 없는지를 분별할 줄 아는 지혜를 지니고 있는 것 같다.
봄이 되어 날씨가 따뜻해지면 물이 세포 속으로 다시 들어가서 겨울눈에 새싹이 돋아나는데, 겨울눈(winter bud)이란 늦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생겨나 겨울을 넘기고 그 이듬해 봄에 자라는 싹으로, 그 속에는 이미 잎이나 꽃이 될 것들이 들어있다고 한다. 앙상한 가지만 남은 벌거벗은 겨울나무는 눈꽃이 피어나기 전에는 시선 밖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네 처지와도 비슷하게 닮아 있는 겨울나무는 비록 열매도 잎도 없지만 '생명의 연속성'을 갖기 위한 중요한 형태이고 상태이다. 겨울나무는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지만, 어느새 봄을 준비하면서 봄에 필 꽃과 잎에 대한 희망을 간직한다. 이른 봄을 알리는 겨울에 꽃을 피우는 '만개한 백매화'는 신의 축복 속에 내리는 풍성한 함박눈과 같이 우리 영혼을 맑고 충만하게 해준다. 생성하는 봄, 풍성한 여름, 화려한 가을의 생명력 있는 사계의 나무 중에 가지만 무성한 겨울나무에 따스함이 느껴지고, 생에 대한 사투와도 같은 생명력과 의연함에 무한한 연민과 응원을 보내고 싶다. 전시기간: 4월 1 ~ 4월 30 전시장소: 아트필드 갤러리 서울 영등포구 선유서로 93, B1 T. 02-2632-7767 저작권자 © 아트코리아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출처 : 아트코리아방송(http://www.artkorea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