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옥 '페르소나(Persona)'

주로 '얼굴'을 그리는 박진옥 작가를 만났다. 
박진옥 작가의 최근 작업인 문래동 '유쾌한살롱'의 벽화를 보면 강렬한 색과 표현으로 인해 자칫 카리스마 넘치는 장부의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 박 작가는 조용하고 차분한 그런 인상이다.

인터뷰를 위해 용인(실제로는 경기도 광주에 접한 곳)에 있는 작가의 작업실을 가는 날. 국도를 벗어나 공장 건물이 있는 꼬불꼬불한 마을 길로 한참을 가면서 생각했다. 누구를 만난다는 것은, 또 안다는 것은 이렇게 쉽지 않은 일이겠구나. 수많은 사람의 얼굴을 그리는 과정에서 작가는 이렇게 매번 누군가를 만나고 알아가야 했었구나 하는.
주변의 환경과는 분위기가 다른 전원주택 1층에 작가의 작업실이 있었다.

"이번 7월에 열리는 전시에서 주로 사람의 얼굴을 소재로 작업 했는데 어떤 의도인가?"

"제가 인물을 처음 그린 것은 캐나다에서 학생 시절이었어요. 그때는 직접 모델을 앞에 두고 그리는 수업이었는데 가운데 첫 줄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첫 시간에 매우 마르고 주름이 많은 할아버지가 모델로 오셨는데 그림을 그리는 동안 저는 할아버지의 깊은 주름과 흐려진 동공에서 어떤 슬픔이 나에게로 전달되어 그림으로 그려지는 것을 느꼈어요. 할아버지는 내내 저를 보고 계셨는데, 그 교감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 작업은 마치 나를 두 개의 자아로 나누는 듯했어요. 하나는 모델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는 나의 자아, 그리고 다른 하나는 직접 붓을 들고 그리고 있는 나의 몸뚱이, 모델인 할아버지와 함께 마치 세 개의 자아가 한 공간 안에 공존하는 듯했죠.
제가 인물들을 그리는 이유는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나, 즉 자신의 페르소나가 되어 해석된 또 다른 나를 찾기 위함이고, 이를 통해 삶의 희로애락을 표현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주로 강렬한 색으로 생동감 있게 얼굴을 표현했다. 실제로 사람을 만날 때도 그런 관점에서 유심히 보기도 하는지?"

"작품의 색채에 관해서도 캐나다에서의 학부시절에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요. 지도교수님은 피부색을 표현하는 데 있어 기본이 되는 색을 정해서 그리게 하지 않았고, 오히려 원색들로 표현해 보라고 권유하셨어요. 그런 점이 저와 잘 맞았습니다. 그 이후로 사람들을 관찰할 때는 피부색을 여러 가지 톤으로 쪼개어 보고 또 그 안에 숨어있는 색을 찾기도 합니다."

"인물화를 그리는데, 개인적인 의뢰도 가능한가?"

"언제나 환영합니다!"

문래동 '유쾌한살롱' 벽화 작업을 하는 박진옥 작가

"최근 문래동에 새로 문을 연 ‘유쾌한살롱’ 의 벽화를 그렸다. 웃는 모습의 얼굴을 보니 정말 유쾌한 느낌이다.
다양한 인종의 사람이 등장하는데 어떤 작업의도인가?"

"유쾌한살롱의 이름에 걸맞는 웃는 모습의 아이들을 생각했고 다양한 인종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미지를 찾아 작업했어요. 벽화의 매력은 생동감과 대중성이라고 생각하는데, 그에 맞는 결과물이 나온 것 같아서 뿌듯했습니다. 
그리고 작업하는 동안 주변 분들이 너무 잘 챙겨주셨어요. 비록 체력이 약해서 좀 힘들었지만 많은 에너지를 받고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문래동 '유쾌한살롱' 벽화

"동생도 연극을 한다고 들었다. 서로 다른 장르의 에술을 하는데, 교감이라든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 있나?"

"연극과 그림은 서로 장르는 다르지만 ‘기’를 분출한다는 것에 있어서는 같은 맥락이라고 봐요. 동생은 무대에 올라 관객들에게 ‘기’를 발산하고, 나는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 ‘기’를 쏟는 거죠. 
다른 점이 있다면 연극은 여러 배우와 같이 함께하는, 그리고 현장에서 직접 관객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생은 가끔 공연장의 분위기라던가 동료들과의 마찰 등 고민을 내게 털어놓으며 맥주 한잔을 하곤 합니다. 서로의 고충을 들어주기만 하는 것으로도 서로 큰 힘이 되지 않을까요?"

Mother. 91x91cm

"얼굴을 소재로 한 입체 작업도 있는데, 그림으로 그릴 때와 입체로 작업 할 때 어떤 차이가 있는가.
예를 들자면 작업의 즐거움, 주안점, 하고 난 후의 느낌 등."

"마네킹을 이용한 입체 작업을 한 적이 있었는데 전 아무래도 입체와 설치 쪽으로는 재능이 별로 없는 듯해요. 공간 감각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고, 그래도 만질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든다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인 작업이었어요.
여건이 된다면 입체나 설치작업을 다시 시도해 볼 수는 있겠지만 당분간은 그림에 집중하고 싶어요."

"앞으로 작업의 방향과 주제에 대해 알고 싶다."

"캐나다에서 인물화에 관심을 가진 후 줄곧 얼굴을 소재로 작업을 해 왔어요. 현실에서는 만나기 힘든 다양한 인종과 모습을 찾게 되었고, 무료이미지 웹사이트를 뒤지기 시작했죠. 그곳에서 여장남자, 난민, 홈리스 등 내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인물들의 이미지를 골라 그리기 시작했어요. 
한 명보다는 열 명, 백 명의 인물을 작업할 때 작품에 또 다른 힘이 실리는 것 같아요. 최대한 많은 인물을 그려보고 싶고 또 큰 캔버스에 시원한 작품도 하고 싶어요. 그래서 다작하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작업을 보시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제 그림들 속 인물들은 현실의 사람들도 있지만, 주로 인터넷의 무료 웹사이트에서 퍼온 사진 이미지에 나의 페르소나로 덮어씌운 가상의(Unknown) 인물들인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그림 속의 사람이 누구인가는 중요하지 않지만, 선입견을 버리고 그림을 보면 그 속에서 자신의 또 다른 모습도 발견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며, 이번 전시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이번 전시는 영등포구 양평동에 위치한 '아트필드 갤러리'에서 8월 12일까지 열린다.

전시제목: 박진옥(Jinokist)의 ‘페르소나(Persona)’  
전시일정: 7월 16일 ~ 8월 12일  
               (오프닝: 7월 16일 오후 7시) 
전시장소: ARTFIELD (아트필드) 
              서울시 영등포구 선유서로 93, B1 
              Tel. 02-2636-0111
 

  • 박진옥 

2001-2003 추계예술대학교 동양화 전공  
2005- 2008 Ontario College Of Art & Design (Faculty of Fine Art, Drawing & Painting), 

Toronto, Canada 

개인전  
2011 Life & Death (The K 갤러리, 서울) 
2012 교동아트 레지던시 기획 초대전 ‘Jinokist’ (교동아트미술관, 전주)  
2014 해석의 재해석 (경기창작센터) 

그룹전 
2012 게니우스와 유노 전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Jma 스페이스,서울) 
2012 On Air전 (교동아트미술관, 전주) 
2012 V-party (쿤스트 라운지, 광주) 
2013 What’s on (경기창작센터 입주작가 기획전) 

레지던시 
2012 교동아트 레지던시 3기 입주작가  
2013-2015 경기창작센터 입주작가   

<사진, 글, 인터뷰 정리: 이흥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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