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지 작가 '둥근 방패展'
모유와 가슴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결심하게 된 시기와 계기는?
- 엄마의 가슴은 누구에게나 생명줄이면서 은신처 같은 따뜻한 존재이다.
특히 어릴 적 나에게는 엄마의 가슴은 없어서는 안 될 피난처 같은 존재였다.
아버지의 폭력을 방어해 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자 방패였기 때문이다.
대학생 때부터 엄마의 가슴이나 큰 유방을 가진 여자를 그려왔고
2번째 개인전(2016년) 때부터 ‘방패’라는 요소를 더 직접 표현하기 위해
가슴의 이미지만 해체하여 ‘가슴방패’ 이미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작업 배경이나 주제에 비해 모노톤이나 어두운 색보다 주로
강렬하고 화려한 색을 이용해 밝은 느낌으로 작품을 표현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 처음부터 밝고 화려한 느낌은 아니었다. 큰 유방을 가진 여성의 이미지를 그리면서
상처받은 모습으로 표현하려고 그로테스크한 이미지와 넋이 나간 표정들을 그려
어두운 느낌으로 작업했다. 그 감정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격과 방어의 상황을
추상적으로 표현했는데, ‘가슴방패’에 공격받은 흔적을 나타내었다.
공격받아 피 튀기는 느낌을 주기 위해 붉은색으로 표현하고,
멍든 흔적 및 방패를 뚫으려고 했던 흔적 등은 푸른색으로 표현하였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이런 추한 흔적들을 드러내는 것보다 화려한 것들로 어떻게든 가리려고 안간힘을 쓴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하는 작업이다 보니 화려한 작업이 될 수밖에 없었고 상처 많은 사람은 더 화려한 형광 방패가 되기도 하였다.
개인적인 경험, 상처를 소재로 작품 활동을 하셨는데,
작업을 하면서 실제 치유 또는 위로가 되었는지?
- 작업하면서 자신을 들여다보기 때문에 스스로 치유되는 경우가 많았고
다른 사람들의 ‘방패’ 이야기를 들으면서 엄청난 위로를 받았다.
대부분 비슷비슷한 공격을 받았고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작품 중에 몇 개는 상처 따위는 다 닦아내고 고쳐낸 방패를 표현하기도 하였다.
그림을 보는 관객들도 같은 치유와 위로를 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강해졌다.
각자의 사연이 담긴 개인적인 의뢰도 가능한가?
사연들을 듣고 작업에 어떻게 응용하는지?
- 직접 의뢰받은 것은 300점 중의 20점도 안 된다. 재밌는 건 나의 작업을 보여주면서
내 상처와 트라우마를 말해주면 누구나 앉아서 1시간 이상 자신의 가족에 대한 애정 결핍,
상사 및 동료에게 받은 상처를 말해준다는 것이다. 울면서 5시간 말해준 사람도 있었다.
이번 전시 준비하면서 심리상담사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앞으로도 입체나 설치작업,
그리고 그림을 자유로이 병행할 생각인지?
향후 하고 싶은 다른 작업이나 주제가 있다면?
- 소재 및 재료를 자유롭게 ‘가슴방패’에 대한 연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특히 설치작업으로 사람보다 훨씬 크고 둥근 방어물을 만들고 싶다.
그럼 관객들에게 보호받는 느낌까지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작업에 영감을 주는, 좋아하거나 존경하는 작가는?
- 유방이 큰 여성 그림에서는 제니 샤빌(Jenny Savile)과 베이컨 그림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고,
방패 작업에서 칸딘스키 <색채연구> 작업에서 영감을 크게 받았다.
앞으로의 작품 활동 계획은?
- 300점 이상의 소품 같은 작업을 해왔으니 큰 설치작업도 병행하면서 활동할 것이다.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은가?
- 미술이라는 것이 현시대를 나타내는 역사책 같은 것으로 생각한다.
현시대에 동떨어진 단순한 그림쟁이가 아니라
지금 이 시대가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상처와 한을 담은 ‘방패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작업을 보시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 사람들의 방패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가족의 애정 결핍과
주위 사람에 대한 폭언으로 인한 상처가 주제였다.
300점 이상의 작업을 보면서 모두 다 비슷한 모양의 방패들을 들고 있으니
서로 공격하면서 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인터뷰진행: 정숙빈/촬영: 이흥렬>